두번째 개인전을 위한 글들
✍️최지원
1. 규칙적인 날들은 잘 기억나지 않더라고요.
Can’t Remember Those Normal Days
매번 다짐한다. 이번 다이어리는 꼬박꼬박 채워야지. 그렇지만 ‘어김없이 고대로 계속’하기는 역시나 쉽지 않다. 뭉텅이로 던져진 일 년은 12장의 먼슬리로, 60여 장의 위클리로 나뉜다. 차곡차곡 꼬박꼬박 구획되어, 그렇게 표가 되어 내 손 안으로 들어온다. 나는 거기에서 어떠한 안온함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마치 자, 이제 넌 이 첫 장에 있다고, 이대로 한장 한장 넘겨서 마지막 장으로 가면 된다고 정해주는 것만 같다. 이렇게나 막연하게 느껴지는 시간의 뭉텅이가 이 한 권에 정리되는 거라고. 그러니까, 이제 네가 할 일 은 각자 하나의 칸씩 할당받은 하루의 범위 안을 채워 넣는 거라고. 결과적으로 물론 표는 듬성듬성하다. ⓵여기저기 쓰여 있고 이것저것 붙어있거나 ⓶머쓱할 정도로 아무 일이 없어서, 끝도 없이 귀찮아서, 까마득히 잊어버려서 혹은 그냥, 그렇게 비어있다. 사정이 어떠하든 오늘의 칸에서 내일의 칸으로, 다시 그 내일의 칸으로 넘어가고 흘러간다. 이따금 채워 넣고 이따금 비워둔 채로 노를 저어간다. 기록하고자 하는 마음과 잊고 잊힌 것들이 하나의 표에 뭉쳐 한 권으로 닫힌다.
Can’t Remember Those Normal Days
매번 다짐한다. 이번 다이어리는 꼬박꼬박 채워야지. 그렇지만 ‘어김없이 고대로 계속’하기는 역시나 쉽지 않다. 뭉텅이로 던져진 일 년은 12장의 먼슬리로, 60여 장의 위클리로 나뉜다. 차곡차곡 꼬박꼬박 구획되어, 그렇게 표가 되어 내 손 안으로 들어온다. 나는 거기에서 어떠한 안온함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마치 자, 이제 넌 이 첫 장에 있다고, 이대로 한장 한장 넘겨서 마지막 장으로 가면 된다고 정해주는 것만 같다. 이렇게나 막연하게 느껴지는 시간의 뭉텅이가 이 한 권에 정리되는 거라고. 그러니까, 이제 네가 할 일 은 각자 하나의 칸씩 할당받은 하루의 범위 안을 채워 넣는 거라고. 결과적으로 물론 표는 듬성듬성하다. ⓵여기저기 쓰여 있고 이것저것 붙어있거나 ⓶머쓱할 정도로 아무 일이 없어서, 끝도 없이 귀찮아서, 까마득히 잊어버려서 혹은 그냥, 그렇게 비어있다. 사정이 어떠하든 오늘의 칸에서 내일의 칸으로, 다시 그 내일의 칸으로 넘어가고 흘러간다. 이따금 채워 넣고 이따금 비워둔 채로 노를 저어간다. 기록하고자 하는 마음과 잊고 잊힌 것들이 하나의 표에 뭉쳐 한 권으로 닫힌다.
얼마 전 새 다이어리를 장만했다. 물론 앞으로도 잘 기억나지 않는 칸들이 생겨나겠지만.
2. Row Row Row Your Boat
나는 최근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비유가 아니라 ⬌천을 따라 문자 그대로 달린다. 꾹꾹 짓눌려 사방팔방으로 터져버릴 것 같은 마음을 바라보다 보니 앞으로 뚫고 가는 이 운동이 다시금 떠올랐다.당연한 소리지만 달릴 땐 앞을 봐야 한다. 시선은 줄곧 약간 위를 향한다. (날파리의 습격은 어쩔 수 없다) 반짝이는 물줄기나 산책하는 강아지들을 보고 싶지만 고개를 홱 젖히는 것은 위험하니 앞을 향한채 살짝 살짝 곁눈질을 한다. 그렇게 앞으로 앞으로 가는 와중에 옆에 보이는 물줄기는 그렇게 옆으로 옆으로 이 어진다. 내가 시작점에서 출발해 반환점을 찍고 이제 도착점이 된 그곳으로 되돌아오는 와중에도 계속 계속 이어진다.
나는 최근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비유가 아니라 ⬌천을 따라 문자 그대로 달린다. 꾹꾹 짓눌려 사방팔방으로 터져버릴 것 같은 마음을 바라보다 보니 앞으로 뚫고 가는 이 운동이 다시금 떠올랐다.당연한 소리지만 달릴 땐 앞을 봐야 한다. 시선은 줄곧 약간 위를 향한다. (날파리의 습격은 어쩔 수 없다) 반짝이는 물줄기나 산책하는 강아지들을 보고 싶지만 고개를 홱 젖히는 것은 위험하니 앞을 향한채 살짝 살짝 곁눈질을 한다. 그렇게 앞으로 앞으로 가는 와중에 옆에 보이는 물줄기는 그렇게 옆으로 옆으로 이 어진다. 내가 시작점에서 출발해 반환점을 찍고 이제 도착점이 된 그곳으로 되돌아오는 와중에도 계속 계속 이어진다.
종이를 펼쳐 놓고 작업을 할 때는 종이의 앞을 봐야 한다. 낱장에 옆면은 없다. 시선은 종이의 상하좌우로 움직인다. 찍혀진 것이 마음에 드는지 천천히 확인해보고 싶지만 판을 오래 세워놓았다가는 잉크가 굳어 버리거나 아니면 흘러내려 오늘도 바닥을 청소해야 할지도 모르니 어서 움직여서 몇 번 더 찍어야 한다. 그렇게 판을 종이 위로 올리고,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이미지 옆에 이미지를 찍는다. 판을 올리고 잉크를 덜고, 스퀴지를 꾹 눌러 내려 잉크를 구멍 사이로 여러 번 통과시키고, 잉크를 다시 덜고, 판을 세척한 후 다시 되돌아와도 옆으로 이어지고 계속해서 옆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든다.
3. Sticker Pack
우선 ‘틀’이 될 모양을 정한다. 이건 일종의 양식과 같다. 그러니까 ‘템플릿’을 다운로드받는거다. 혹은 바탕지를 준비하는거라든가. 실크스크린은 여기에 제법 적격이면서도 다소 과분하다. 모양이 정해지면 판을 만드르고, 조금 여러 번 도장 찍듯이 반복해 여러 장을 만들어 놓는다. 뭐든 백업은 필수다. 그 다음엔 마련해둔 틀을 무엇들로 어떻게 채워나갈지 정해야 한다.
우선 ‘틀’이 될 모양을 정한다. 이건 일종의 양식과 같다. 그러니까 ‘템플릿’을 다운로드받는거다. 혹은 바탕지를 준비하는거라든가. 실크스크린은 여기에 제법 적격이면서도 다소 과분하다. 모양이 정해지면 판을 만드르고, 조금 여러 번 도장 찍듯이 반복해 여러 장을 만들어 놓는다. 뭐든 백업은 필수다. 그 다음엔 마련해둔 틀을 무엇들로 어떻게 채워나갈지 정해야 한다.
그 무엇들은 처음 그 모양의 1)테두리 일부를 떼어오거나 2)조각내거나 3)혹은 크기를 줄이거나 4)아니면 문득 만들어진다. 이제부터 나는 소심하게 제멋대로인 1,2,3,4를 가지고 최소한의 규칙인 틀 위에서 그래도 나름의 책임을 져야 한다. 각자 색을 지정해주고 가로 세로 방향을 정해주며 이 바탕지에 놓았다가 저 바탕지에 놓으며 여기저기에서 쓸모를 만들어준다.
4. PPPPPPPost-it
어떤 걸 선택하고 무엇을 버릴까는 항상 고민된다. 사실 후자의 경우가 더욱더. 내가 작업에서 많이 쓰는 도구는 마스킹 필름이다. 어찌보면 스퀴지보다도 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겠지만 마스킹 필름은 마스킹, 그러니까 어떤 부분을 가리기 위한 것이면서 필름, 그러니까 테이프보다 접착력이 약해 붙인다보다는 떼어낸다에 더 방점이 찍혀져 있는 것이다.
어떤 걸 선택하고 무엇을 버릴까는 항상 고민된다. 사실 후자의 경우가 더욱더. 내가 작업에서 많이 쓰는 도구는 마스킹 필름이다. 어찌보면 스퀴지보다도 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겠지만 마스킹 필름은 마스킹, 그러니까 어떤 부분을 가리기 위한 것이면서 필름, 그러니까 테이프보다 접착력이 약해 붙인다보다는 떼어낸다에 더 방점이 찍혀져 있는 것이다.
제판된 이미지는 반복에 용이하지만 변형에는 불리하다. 수성잉크는 완벽히 불투명하지 않다. 그래서 ○이 ●를 가리게 만들고 싶다면 ○를 먼저 찍는다. ○의 외곽에 맞춰 마스킹 필름을 부착하고 자른 다음에그 위에 ●를 찍는다. 이런 불편을 감수하다보면 ●을 조각낸 모양의 마스킹 필름을 획득하게 된다. 이 조각들을 모아두었다가 새로운 종이 위에 붙인다. 그 위에 모양을 찍는다. 필름을 떼어내면 종이 위에 조각 들이 옮겨져있다.
5. 희미한 희망 Dimmed Hope
나는 오로지 마지막의 그 몇 초를 위해 에릭 로메르의 <녹색 광선(Le Rayon Vert, 1986)>을 본다. 애매하게 비관적인 델핀이 희미한 희망을 품고 찾아 나선 녹색의 섬광이 팟-하는 그 순간 말이다. 사실 다른 모든 것은 아무래도 좋다. ‘잠깐’이라 칭하는 것도 너무 긴 듯한 그 한 톨에 나는 언제나 순식간에 반가워하고 잠시나마 안심한 후에는 어김없이 실망한다. 그러고는 다시금 기다린다.
6. Once in a Blue Blue Moon
언제나 여름은 버겁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뿜어져 나오고 서로 더 크게, 강하게 발산하려고 앞다투어 튀어나오는 돌출의 시기. 그래서 언제나 나는 그 여름이 끝나길 기다리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이 점점 멀어진다는건 낮이 그만큼 점점 짧아진다는 거, 딱 그거 하나는 아쉽다. 겨울을 향해 간다는것은 마치 잔뜩 몸을 부풀렸다가 점차 웅크리고 쪼그라드는 것 같다. 그러니까 왜 이렇게까지 서두가 주절주절 이어지냐 한다면, 결국 그래서인지 유독 밤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는 말을 꺼내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문득 성큼 느끼게 되는 비율의 변화 때문인지 어둠을 더 자주 보게 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렇게나 어두운데 달이 저렇게나 밝고 큰 날에는, 어딘지 괜히 감격스럽다. 감격-이라는 유난스러운 단어라니 부끄럽지만 별수 없이 그렇게 되곤 한다. 그러니 하나만 있다는게 아깝다. 하나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하나는 아쉬우니까.
언제나 여름은 버겁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뿜어져 나오고 서로 더 크게, 강하게 발산하려고 앞다투어 튀어나오는 돌출의 시기. 그래서 언제나 나는 그 여름이 끝나길 기다리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이 점점 멀어진다는건 낮이 그만큼 점점 짧아진다는 거, 딱 그거 하나는 아쉽다. 겨울을 향해 간다는것은 마치 잔뜩 몸을 부풀렸다가 점차 웅크리고 쪼그라드는 것 같다. 그러니까 왜 이렇게까지 서두가 주절주절 이어지냐 한다면, 결국 그래서인지 유독 밤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는 말을 꺼내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문득 성큼 느끼게 되는 비율의 변화 때문인지 어둠을 더 자주 보게 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렇게나 어두운데 달이 저렇게나 밝고 큰 날에는, 어딘지 괜히 감격스럽다. 감격-이라는 유난스러운 단어라니 부끄럽지만 별수 없이 그렇게 되곤 한다. 그러니 하나만 있다는게 아깝다. 하나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하나는 아쉬우니까.
7. 안녕, 내일 또 만나! Sunny Side Up
써니사이드업은 한쪽만 익힌 계란 프라이로, 해가 뜨는 모양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꽤 직관적인 표현이다. 문자 그대로 노란 쪽(sunny side)이 위(up)에 있다는 거니까 말이다. 이 단순한 등식을 가져 와서 단순하게 그것을 귀결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러니까 노랗고 동그란 것은 결국 떠오를 수밖에 없다는 필연을 새삼 되새기고 싶었다.
